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詩시

찻 잔

by 多慕다모 2023. 9. 20.

예정대로 정원에 다녀오려 했으나~~

가을비 온다는 소식에 접었습니다.. 

주 3회 다녀오는데 이번주에는 2회가 되겠습니다. 

2023.09.20. 수요일 아침에 글 올립니다 ^-^

 

찻 잔

 

요놈이 청아하고 때깔 좋은 도자기 찻잔으로 태어나

주인 잘못 만난 탓에 구석진 진열장에 대략 15년쯤 처박혀 지냈다

세상에 나와 할 일 없고 제구실 못한 요놈이

어느 날 주인의 눈에 띄었다

 

샵에 들어오면

식탁에 올려지는 간장 종지기가 카운터 옆에 있었다

그놈의 뚜껑이 어느 날 박살이 나 하직했다

뚜껑 없는 몸통은 쓸모가 없어 페기처분했다

그놈을 대신할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

손위에 쏙 들어오는 부티나는 뚜껑 있는 도자기 찻잔이 눈에 보였다

 

요놈을 얻기 위하여

마눌에게 요놈 하나 내가 데려가 쓰겠다 청하니 왈

귀한 놈 한 번도 사용 못했지만 아들 장가갈 때 물려준다나

굳이 데려가겠다면 용도를 말하라 한다

 

귀한 그릇으로 태어나 한 번도 쓰임을 받지 못하고 떠난다면

주인께서 담배 재떨이로 사용하겠다는데 이의가 있겠는가

담배 재떨이도 어떠한 주인의 쓰임을 받느냐에 따라

무한한 영광 일게다 

 

Mornings Kim  2007.08.16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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